법령입안 심사기준 상세

1. 법의 본질
'법'이란 무엇인가?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Ubi societas, ibi ius.)."라는 말이 있듯이 법을 떠난 사회생활의 영위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막상 '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쉽게 대답 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법철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에 관한 것으로, 그 만큼 많은 논쟁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법은 강제성을 띤 사회규범'이라는 것이 법철학 쪽의 보편적인 대답으로 보인다. 법은 강제성을 띤다는 점에서 도덕이나 종교·관습과 구분되며, 규범이란 면에서 구체적인 행위와 구분된다. 그리고 법규범을 정립하는 작용인 '입법'은 정립된 규범을 집행하는 작용인 행정이나 사법(司法)과 구분된다.
2. 입법의 의의
법이 국민을 강제하고 행정과 사법(司法)이 법을 기초로 행해진다면, 그 법을 누가 정립하고 어떻게 정립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의 중요성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군주가 주권을 가졌던 왕조시대와 달리, 국민이 주권자인 오늘날의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을 강제하는 권력(법)의 정당성도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법의 강제성에 대한 정당성은 국민의 의사(意思)에서 찾아야 하고, 국민의 의사를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그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권자라고 해서 국민이 직접 법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 적이지 못하다. 실제에 있어서는 국민은 국민의 대표를 통하여 그 입법 의사(意思)를 실현하게 된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라고 하여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입법권을 가진다고 하여 입법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국회가 독점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선 헌법은 국회의원 외에 정부에도 법률안 제출권을 인정하고 있다(제52조).
최근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제출하여 제정되거나 개정되는 법률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정부제출 법률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정책결정에 있어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이유로 보인다. 또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되어 정부로 이송되어 온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도 가지고 있다(제53조).
3. 법규의 형식
헌법 제40조에서 말하는 '입법'은 형식적으로는 법률의 형식을 가진 규범의 정립을 말하고,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규범, 즉 법규의 정립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법규성은 위에서 말한 강제성과 표리(表裏) 관계에 있다. 입법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헌법 제40조의 의미는 법률의 정립은 국회가 해야 하고, 법규는 법률의 형식으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 원칙을 철저하게 관철하게 되면 법규의 정립에 관한 일체의 기능을 국회가 관장해야 하고, 이른바 행정입법은 존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인 인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 이유로서는 대개 행정의 전문화와 복잡화, 사회의 급격한 변화 등에 따른 국회 입법능력의 한계를 들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행정입법이 법률의 수권(授權)에 의해 이루어지는 범위에서는 '국회입법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헌법은 행정입법의 형식으로서 대통령령(제75조)과 총리령·부령 (제95조)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1 또 대통령령과 총리령·부령(총칭하여 '법규명령')은 내용상으로는 법률이나 상위명령의 위임에 의해 제정되느냐 위임 없이 법률이나 상위명령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서식 등과 같이 집행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항)을 정하느냐에 따라 위임명령과 집행명령으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법률의 수권(授權)이 있으면 명령으로도 법규사항에 대해 규정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이 법규사항에 관한 입법권을 명령에 수권(위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권을 무제한으로 인정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입법권을 국회에 부여한 헌법의 규정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그 수권에는 스스로 일정한 한계가 있다.
헌법까지 포함해서 본다면 우리 법체계는 헌법-법률-대통령령-총리령·부령의 위계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위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상, 하위에 위치하는 것이 상위의 것에 위반되어서는 안 될 것이므로,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어서는 안 되고, 대통령령은 헌법과 법률에, 총리령·부령은 헌법·법률·대통령령에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한계에 관해 구체적이고 최종적인 해석을 하는 곳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이다. 이 점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련 판결에서 제시된 판례이론은 법령 입안·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 중에서도 헌법이 국가의 근본규범이란 점을 고려할 때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전속적으로 관장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 해석은 헌법 전반에 미치지만 그 중에서도 기본권 보장, 바꾸어 말하면 기본권 침해 여부와 관련된 것이 주(主)가 된다. 법이 강제성을 그 본질적인 요소의 하나로 하고 법규성을 가지는 이상, 법률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늘 존재하며, 헌법재판을 포함한 재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국민의 권리(기본권) 구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의 판정이 헌법재판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고 이러한 헌법과 상위법령 위반에 대한 판단은 법령의 내용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령 등의 형태로 정하도록 법률에서 위임하는 것이 적절한가와 같은 입법의 형식면에도 미친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내지 헌법불합치결정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입법의 형식'에 관련된 것들이다.
4. 적법한 입법의 중요성
법률이나 명령이 헌법이나 법률 또는 상위명령에 위반되면 이론상으로는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법령이라 하더라도 유권적인 위헌 또는 상위법 위반 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해서 집행되고 그에 따라 법률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 법령의 시행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무효화시키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2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입법활동은 정부 정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을 실현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가 제정·개정하는 법령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고, 동시에 정부의 정책들이 그 취지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정부 정책들 간에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을 입법화 하는 과정에서 헌법 등 상위법령을 위반하는 지와 다른 현행 법령과의 조화를 상세하게 검토하여 법체계상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법령 입안·심사의 기준
입법 활동의 핵심은 적극적으로는 헌법이념을 실현하고, 소극적으로는 법률이나 명령이 헌법과 법률 또는 상위명령에 위반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전체 법령체계 간에 조화를 이루고 정부의 정책의지가 정확하게 반영되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반영되도록 법령안 초기 단계의 입안에서부터 법령심사에 이르기까지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바로 '법령 입안·심사 기준'이다.3
[주석시작]
1) 헌법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규로서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경제명령(제76조)을 규정하고 있고, 그 밖에 국회규칙(제64조), 대법원규칙(제108조), 헌법재판소규칙(제113조), 선거관리위원회규칙(제114조)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비상시를 상정한 일종의 변칙적인 법률 대위(代位) 명령이란 점에서, 나머지 국회규칙 등은 정부의 입법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여기에서는 그 언급을 생략하기로 한다.
2) 「헌법재판소법」은 이러한 법적 안정성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형벌에 관한 법률을 제외하고는 법률의 위헌결정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가지도록 하여[장래효(將來效), 제47조제2항],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3) 이 장에서는 법령안을 입안하거나 심사할 때에 유념해야 할 기본적인 원칙들에 관한 것을 살펴보고, "나"로 한다.'와 같이 개정을 지시하는 문장)을 작성하는 방법 등에 관해 기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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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행정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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